장기적 효과는 미미... "오히려 아동의 전인적 성장에 해로울 수 있어"

사교육이 아이의 학업 성취나 정서 발달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초기 학업 능력에는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장기적으로 학업수행능력이나 사회정서적 측면에서는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육아정책연구소는 영유아기 사교육 실태와 부모의 인식 및 요구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사교육 경험이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검토한 '영유아기 사교육 경험과 발달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펴냈다. 

보고서는 한국아동패널 자료를 활용해 영유아기의 사교육 경험의 추이, 사교육에 대한 부모 변수의 영향, 사교육 경험이 이후 학업 및 사회정서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아동의 지능, 부모의 소득 수준, 출생순위 등 다양한 아동 및 부모 변수를 통제한 상태에서 이중차분법과 잠재성장모형을 적용해 사교육의 독립적 효과를 검증했다. 

이중차분법은 실험군(사교육 받은 집단)과 통제군(사교육 안 받은 집단)을 비교하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차이를 두 집단 간에 한 번 더 비교해 효과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잠재성장모형은 시간에 따른 개인의 변화 경로(성장 곡선)를 추정하는 데 사용하는 통계 기법으로 즉, '아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떤 패턴으로 성장하고 있는가'를 보는 분석하고 있다. 

분석 결과, 영유아기 사교육 경험은 초기 학업수행능력에 일부 긍정적 영향을 미쳤으나, 그 차이는 미미했다. 중장기적 영향에서도 학업수행능력의 효과는 존재하지 않았다. 삶의 만족도, 자아존중감 등 사회정서적 측면에서도 사교육의 유의미한 효과는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는 사교육만으로는 아동의 학업성취나 정서적 안녕을 장기적으로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특히, 아동의 지능지수, 가구소득, 부모학력 등 다양한 변수를 통제하였음에도 사교육의 독립적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는 사교육의 효과가 과대평가될 가능성이 있으며, 사교육 외의 다른 요인들이 아동 발달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의 책임연구원인 김은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5일 교육부 주최로 진행된 ‘영유아기 사교육, 정말 필요한가?’ 강연에서도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자아존중감과 삶의 만족도 등 사회정서적 측면에서는 사교육의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이 관찰됐다”며 “과도한 사교육은 놀이와 휴식 시간을 줄여 아동의 전인적 성장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조기 사교육이 유아의 사회-정서적인 부분에서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연구들은 적지 않다. ▲'조기 특기교육에 대한 부모의 인식과 양육 스트레스 및 유아의 문제행동'(권정윤, 미래유아교육학회지, 2007)은 어린 시기부터 사교육을 받은 횟수와 부모의 양육스트레스가 아동의 공격적 행동과 행동문제를 예측했고, ▲'조기사교육 경험이 있는 유아들의 문제행동에 관한 연구'(백혜정 외, 한국영유아보육학, 2005)도 유아가 경험하는 사교육수가 많아질수록 공격성 등의 외현적 문제행동과 함께 위축, 우울, 불안 등 내재적 문제행동이 증가한다고 보고했다. 

▲'유아가 인식하는 행복의 의미 탐색'(김성숙, 유아교육연구, 2013)은 성인의 주도하에 행해지는 과도한 사교육은 유아들의 즐거움과 행복을 빼앗는다고 지적했고, ▲'부모-자녀 놀이 및 사교육 현황과 유아의 인식이 유아의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승미,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5) 또한 영유아기부터 사교육에 의해 자유로운 놀이시간이 부족한 것은 유아의 행복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연구진은 "부모들이 생각하는 우수한 질의 프로그램이 과연 무엇인지를 면밀히 분석하여 공교육 내에서 부모의 수요에 기반한 높은 질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에 방해가 되는 요인들에 대해서는 철저한 규제와 감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모들에게 사교육 선택의 올바른 기준을 제시하고 사교육의 효과와 한계에 대한 증거 기반의 과학적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부모 교육, 언론매체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여 끊임없이 소통할 필요가 있다"며 "오히려 영유아기에는 주도적으로 자유롭게 놀고 부모와 함께 하는 경험으로 시간을 채워나감으로써 부모가 사교육을 통해 원하던 자녀의 성장과 발달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알려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출처 : 베이비뉴스-이유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