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옷에 담배부산물, 공포의 '3차 흡연'
등록일 2017-02-07
아빠 옷에 담배부산물, 공포의 '3차 흡연'
담배 유해성분, 피부·옷·가구 등 통해 아이에게 전달돼
간접흡연? 강제흡연!
“간접흡연을 하는 아기는 흡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간접흡연에 노출된 아기는 1~2개비를 피운 흡연자를 웃도는 니코틴 수치가 검출될 뿐만 아니라 성장 등 건강에 다양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아이들은 담배연기를 피할 길이 없다. 집 안에서도, 길거리에서도 심지어 뛰어 놀아야 하는 공원에서 조차도 간접흡연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간접흡연을 막기 위해 전국적으로 금연구역을 확대 지정하고 있지만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담배연기와 지나다니며 피우는 담배연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흡연자의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 속에 아이들은 간접흡연으로 고통 받고 있다. 금연 구역 또는 가정 내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 아이들을 공격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본다.
“담배는 아이 때문에 옥상에 올라가서 핍니다. 아내 잔소리도 있지만 하나뿐인 딸아이에게 담배 연기를 마시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죠.”
양순호(가명·40·서울 강서구) 씨는 날이 좀 춥더라도 아이에게만은 간접흡연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일부러 옥상으로 올라가 흡연하고 있다.
“어디든 아빠를 따라오려는 아이지만 담배 필 때는 ‘멀리 간다’고 말한 후 나온다. 담배를 피고 난 후에는 찝찝해서라도 손을 씻고 아이에게 다가가는 편”이라고 말한 양 씨의 얼굴에는 자신만만함이 보였다. 그는 자신의 아이는 간접흡연과는 거리가 멀다고 단언했다. 적어도 가정 내에서는 말이다.
과연 양 씨의 아이는 간접흡연에서 자유로울까. 전문가들은 가정 내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더라도 흡연자가 남긴 담배부산물은 집 안 곳곳에 배어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벽, 옷, 가구 등에 니코틴 등의 담배부산물이 퍼져있다는 것.
과연 집 안에서 담배연기가 발생하지 않아도 담배부산물을 통해 비흡연자에게 간접흡연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3차 흡연은 담배를 피울 때 흡연자의 몸에 붙거나 가구, 벽 등으로 옮겨 붙은 니코틴과 타르 등의 담배부산물로 인해 간접흡연 피해를 입는 것을 말한다. 이로 인해 아이들은 집 안에만 있어도 1~2개비의 담배를 문 것과 마찬가지의 니코틴 수치가 나타나기도 하고 천식, 폐 기능 감소 등 건강에 악영향을 입기도 한다. ⓒ베이비뉴스
◇ 집 안 곳곳 스며든 담배 부산물, 고스란히 아이에게로
담배 연기가 없는 공간에서도 아이에게 간접흡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것, 바로 3차 흡연이다. 3차 흡연은 담배를 피울 때 흡연자의 몸에 붙거나 가구, 벽 등으로 옮겨 붙은 니코틴과 타르 등의 담배부산물로 인해 간접흡연 피해를 입는 것을 말한다.
‘흡연하거나 직접적인 담배 연기를 맡는 행위인 1차, 2차 흡연만을 피하면 된다’는 부모들의 생각은 착각이었던 것.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흡연할 때 발생하는 독성물질 중 가스형태의 화학물질은 벽, 가구, 옷, 장난감, 집 먼지 등의 표면에 달라붙는 특성을 가졌다. 심지어 담배 속 화학물질은 몇 시간에서 몇 달까지 공기 중으로 재배출 된다. 또 공기 중 미세먼지 표면에 달라붙어 있다가 다시 부유하거나 기체형태의 화학물질과 반응할 수 있다.
즉 3차 흡연은 피부, 모발, 옷, 가구를 통해 주변인에게 전달되는 담배부산물이자 잔류물과 실내의 유해물질이 결합해 암을 유발하는 새로운 오염물질이 생성되는 셈이다. 이로 인해 아이들은 집 안에만 있어도 1~2개비의 담배를 문 것과 마찬가지의 니코틴 수치가 나타나기도 하고 천식, 폐 기능 감소 등 건강에 악영향을 입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가정에 있는 시간이 많고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일수록 3차 흡연 노출의 정도가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충남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정진규 교수는 “직접 담배를 피우지 않더라도 주변 사람이 피운 담배 연기는 옷에 밴다. 같은 이치로 부모가 손을 닦고 아무리 담배부산물을 떨치려 해도 아이에게 가는 3차 흡연 피해는 막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흡연자의 12세 이하 자녀의 모발 속 니코틴 농도를 조사한 한 연구에 따르면 6세 이하 영유아는 모발 니코틴 농도가 비흡연자 가정에 비해 네 배나 높았다. 특히 아이들은 부모와의 접촉이 많다보니 머리카락이나 옷에 묻은 소량의 니코틴 등의 담배부산물을 들이마시거나 바닥을 기어다니면서 빠는 형태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3차 흡연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국가금연지원센터 간접흡연 통계에 따르면 가정 내 간접흡연의 피해에 대한 부모들의 인지도(97.8%)는 매우 높은 반면, 유아의 피해에 대한 인지도는 약 66%가 모른다고 응답해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실제로 결혼 4년차인 최유리(33·경기 하남시) 씨는 결혼 후 담배를 끊지 못하는 남편 때문에 다툼이 잦았지만 3차 흡연에 대한 위험은 전혀 몰랐다.
“남편 몸에서 항상 나는 담배냄새에 ‘담배를 끊으라’고 잔소리는 자주 했다. 아이들도 남편 품으로 파고 들곤 하는데 은근 신경이 쓰였다. 3차 흡연이란 말은 몰랐다. 아이들이 담배냄새를 ‘아빠 냄새’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아이들에게 담배 연기가 익숙해져 담배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질까 걱정된다.”
최 씨는 “자동차를 탈 때도 담배냄새 때문에 차 안에 매캐한 냄새가 나는데, 미세먼지가 나쁜 날 외출한 기분이 든다. 아이에게 분명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집 외에서의 3차 흡연도 토로했다.
◇ 어린이 가정 내 간접흡연, 흡연자인 부모부터 경각심 가져야
부모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아이에게 3차 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충남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정진규 교수는 “아이에게 니코틴이 얼마나 노출됐는지 보다 노출의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담배부산물이 붙은 집안 내부를 청소한다고 해도 담배 연기가 옷과 의자, 카펫의 유해물질과 결합하면 며칠이 지나도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어린이에게는 더욱 해롭다. 세포 유전자의 비정상적인 발현으로 인한 폐암 유발 과정을 보면 니코틴에 적게 노출되더라도 그 양과는 상관없이 위험도는 같다. 간접흡연과 3차 흡연에 아무리 적게 노출돼도 안전은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정 교수는 “앞서 설명한 모발 니코틴 농도 실험을 보더라도 유아나 어린이는 성인보다 3차 흡연으로 인한 유해물질로 피해를 볼 확률이 더욱 높기 때문에 부모의 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부모는 아이가 ‘예쁘고 건강하게 잘 자라 줬으면’ 하고 바라지만 흡연자도 모르는 사이 3차 흡연의 피해는 아이에게로 가고 있다. 손을 닦거나 청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3차 흡연을 막기에는 부족하다. 아이에게 가는 피해를 되새겨 금연을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이에게 3차 흡연피해는 건강뿐만이 아닌 교육적 문제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원대학교 유아교육과 이윤경 교수는 “가족 중 흡연자가 있는 유아의 경우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부모가 제공하는 환경 속에서 간접흡연의 피해에 수시로 노출되기 때문에 사회적 규제만으로 유아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가정 내 3차 흡연으로부터 유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부모 교육도 중요하지만, 간접흡연에 노출되는 유아가 흡연의 피해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절실하다. 우리나라 흡연인구의 절반이 30~40대인데, 이들은 유아기 자녀를 둔 부모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부모의 흡연은 유아기 성장발달에 가장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그에 반해 아이들이 받는 금연교육은 미비한 상황이다.”
끝으로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교육적 환경은 건강과 관련된 흡연예방교육은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유아는 흡연대상자로 보지 않으므로 흡연예방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유아에게는 흡연자가 아닌 교사에 의해 흡연예방이나 금연 교육을 받아야 한다.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2, 3차 간접흡연으로부터의 자기 보호 능력을 기르도록 도와줘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료출처 : 베이비뉴스
윤지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