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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좌절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해요

등록일 2015-12-30

적절한 좌절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해요

놀이는 적절한 좌절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

 

놀이에서 아이는 아빠를 이기고 싶어 하지만, 신체적으로나 인지적으로 불가능하다. 어떤 이들은 아이를 위해서 아빠가 무조건 져줘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아니 그래서는 안 된다. 놀이를 통해서 아이가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득 중 하나가 좌절을 극복하는 연습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아갈 때 성공과 즐거움 때문에 힘든 경우는 없다. 우리 삶을 어렵게 하는 것은 좌절과 갈등이다. 실패 경험이다. 많은 이들은 좌절과 갈등, 실패가 없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온갖 노력을 한다. 그러나 돈이나 명예, 권력을 사용해도 좌절과 갈등, 실패가 없을 수는 없다. 잠시 외면할 수는 있지만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실패하면 마약이나 알코올, 게임이나 도박 중독으로, 그리고 자살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결국 인생을 행복하게 사느냐 불행하게 사느냐의 차이는 좌절과 갈등을 얼마나 잘 다룰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기심리학(Self Psychology)의 창시자인 미국의 정신과 의사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은 아이의 마음이 건강하게 발달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좌절(optimal frustration)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부모는 아이의 다양한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코 완벽할 수는 없다. 아이가 원한다고 하늘의 별을 따다 줄 수도 없고, 아이가 원한다면 엄마 아빠가 직장도 나가지 않고 늘 아이 옆에만 있을 수도 없다. 잠을 안자고 계속 놀겠다거나 밥은 안 먹고 과자만 먹겠다고 떼를 써도 부모들은 들어주지 않는다. 바로 이런 것이 적절한 좌절이다.



그러나 적절한 좌절이 그저 좌절의 종류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적절한 좌절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부모 역할도 중요하다. 인지적으로는 왜 안 되는지를 설명해 주고, 정서적으로는 아이의 마음을 위로해 주어야 한다. 만약 아이를 무조건 꾸짖거나 혼만 내고, 설명해 주지 않는다면 아이는 마음에 상처만 입는다. 이럴 경우 일상의 좌절은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외상적 좌절(traumatic frustration)이 된다. 적절한 좌절과 달리 외상적 좌절을 자주 경험한 아이들은 이후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성인으로 성장하게 된다.



결국 부모의 선택은 자녀들에게 좌절을 허할지의 여부가 아니다. 피할 수 없는 좌절을 적절한 좌절로 경험하도록 도울 것이냐 아니면 외상적 좌절로 경험하게 도울 것이냐다. 하지만 부모도 사람인지라 자신의 삶이 힘겹고 버거울 때가 많다. 자신의 좌절도 감당하기 힘든데 자녀의 좌절까지 챙겨야 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부모가 아이에게 적절한 좌절을 경험시켜 주기 위해서는 일종의 준비가 필요하다. 좌절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어야 한다.



한 번은 아이와 함께 공 던지고 받기 놀이를 했다. 사실 이 놀이는 나에겐 너무 쉬워서 지루한 놀이였지만, 당시 여섯 살이었던 우리 아이에게는 아니었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적절한 강도로 공을 던지는 것을 어려워했다. 하지만 대충 던지거나 잘 못 던져도 내가 잘 받으니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정말 아이에게 어려운 것은 내가 던진 공을 받는 일이었다. 아이가 잘 받도록 던져준다고 했는데도, 아이는 날아오는 공을 잘 받지 못했다. 아이니까 당연했다. 하지만 나는 공을 잘 받고, 자신은 잘 받지 못하니 단단히 속이 상했던 것 같다.



“나 안 해!”



“왜 그래?”



“아빠는 잘 받는데, 나는 잘 못 받잖아!”



순간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솔직히 짜증도 좀 났다. 나도 나름대로 애쓰고 있는데 아이가 즐거워하거나 고마워하기는커녕 마치 내가 잘못한 것 마냥 원망하는 눈초리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의 좌절에 조금 더 마음이 쓰였다.



“아빠는 잘 받는데 너는 그렇게 못해서 속상해?”



“응. 속상해.”



“그랬구나. 그럴 수 있지. 아빠도 예전에 이런 경험이 있었거든.”



“정말?”



“그럼. 그랬지. 다른 사람은 잘 하는데, 나만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얼마나 속상했다고.”

이렇게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반응을 하니 아이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그럼 우리 다시 한 번 할까?”



“아니 나 싫어. 나 그냥 블록 놀이 하고 싶어.”



“그래. 그렇게 하자.”



아이가 원하지 않는데 굳이 공놀이를 다시 할 필요는 없다. 놀이는 어디까지 놀이다. 놀다가 좌절 앞에서 놀이를 접는다고 해서 끈기가 길러지지 않을까 걱정하지 말라.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한다고 끈기가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정적 감정만 더 커지게 된다. 끈기란 즐겁게 포기하지 않는 것이지, 억지로 견디는 것이 아니다.



이런 면에서 놀이는 적절한 좌절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분명 아이와 함께 놀다보면 모든 것이 아이 뜻대로 될 수 없다. 놀이에서 좌절은 필수적이다. 아이와 함께 놀이를 하는 부모는 좌절을 예측할 수 있다. 당연히 갑작스럽게 아이가 좌절을 경험할 때보다는 아이를 잘 도울 수 있다.

 
*칼럼니스트 강현식은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심리학 칼럼니스트다.

 

칼럼니스트 강현식

자료출처 :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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